요리를 잘할 필요도, 고급 조리도구를 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에게 필요한 건 단 하나—열고, 데우고, 먹는 것뿐. 혼자 먹는 이들에게 이 단순함은 제약이 아니라 자유입니다. 그리고 편의점의 한켠, 밝은 형광등 아래, 냉장고 소리 사이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풍요롭고도 소박한 식사가 있습니다. 바로 ‘부대찌개 컵라면 + 스팸 슬라이스’ 조합입니다.
처음 들으면 조금 엉뚱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부대찌개’라는 이름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음식물과 한국의 재료가 만나 탄생한 요리입니다. 통조림 햄, 소시지, 김치, 고추장을 끓여 먹던 그 음식이 지금은 하나의 전통이 되었고, 이제는 컵라면으로도 출시될 정도로 사랑받고 있죠. 하지만 진짜 마법은, 여기에 스팸을 슬쩍 얹을 때 시작됩니다. 짭조름하고 부드러운 스팸은 이 매콤한 국물 속에서 놀라운 시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이제 조리 순서를 따라가 봅시다. 우선 부대찌개 컵라면을 준비하세요. 요즘 대부분의 제품은 넉넉한 용량의 컵에 김치 조각, 분말스프, 면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뚜껑을 반쯤 열고 스프와 건더기를 넣은 뒤, 끓는 물을 표시선까지 부어주세요. 다시 뚜껑을 닫고 기다립니다.
그 사이, 스팸을 준비합니다. 편의점 선반에서 작은 캔을 하나 집었다면, 뚜껑을 따고 얇게 두세 조각 썰어주세요. 전자레인지가 있다면 30초 정도 돌려 따뜻하게 만들어주세요. 만약 매장이 작은 핫플레이트나 미니팬을 갖추고 있다면, 살짝 구워 겉을 바삭하게 해도 좋습니다. 물론 구우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이건 미슐랭이 아닌, 당신만을 위한 작은 식사니 까요.
라면이 다 익었다면, 뚜껑을 완전히 열고 준비한 스팸을 조심스럽게 올려줍니다. 스팸 조각이 국물 위에 떠오르면, 마치 작고 고소한 뗏목처럼 보입니다. 스팸의 기름기와 부대찌개의 매콤한 국물이 어우러지며, 고소하면서도 깊은 맛이 배어 나옵니다.
이제 식사의 의식이 시작됩니다. 창가 자리든, 아니면 조용한 스탠딩 테이블이든, 한쪽에 자리 잡고 느긋하게 첫 젓가락을 듭니다. 면발은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고, 국물은 얼큰하지만 뒤끝이 달콤합니다. 그런 다음 스팸 한 조각을 집어 먹으면, 그 조화에 놀라게 됩니다. 짭짤하지만 국물에 젖어 부드럽고, 익숙하지만 새롭습니다. 그렇게 면, 국물, 스팸을 번갈아 먹다 보면 어느새 그릇은 비워지고,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이 조합은 단지 간편한 한 끼가 아닙니다. 그것은 혼밥족이 세상과 단절된 듯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의식입니다. 고작 라면과 통조림 햄이지만, 이 안에는 전쟁의 역사도, 도시의 리듬도,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 밥을 먹는 이들의 삶이 녹아 있습니다.
맵고 진한 국물이 스팸의 기름기를 녹여내고, 면발이 젓가락에 감겨 올라올 때 느껴지는 작고 확실한 행복. 복잡한 재료도, 거창한 조리도 필요 없습니다. 뜨거운 물과 전자레인지, 그리고 잠시의 여유만 있다면 충분하니까요.
다음에 편의점에 들러 "오늘 뭐 먹지?" 고민하게 된다면, 이 조합을 기억하세요. 화려하진 않지만, 만족스러운 한 끼. 도시 속 작은 군인의 찌개, 일상의 틈에서 발견하는 확실한 위로. 혼자지만 결코 외롭지 않은 식사입니다.